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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고관절 골절 후기1(aka. 고관절 골두골절)

by 모에킴 2023.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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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자전거가 타고 싶었다.

자전거를 잠깐 타보니 타이어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집 앞에 있는 자전거샵에 들러 타이어를 교체하고 자전거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생각했다. 

"이 횡단보도만 건너면 집이라서 새 타이어를 느껴볼 수가 없잖아?"

왜 이런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바닥에 있는 시각장애인 블록을 밟고 미끄러짐과 동시에

자전거 페달이 볼라드에 걸려 자전거가 180도 돌았다.

 

나는 3~4M 가량 날아가게 되었고..

바닥에 골반?쪽을 부딪히게 된다.

 

통증은 엄청났다.

온몸에 식은땀이 서리며, 눈앞이 하얗게 보이기 시작했다.

기절하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바닥에 5분쯤 있었을까?

정신을 조금 차려보니 바닥에 뒹구는 자전거만 덩그러니 보일 뿐이었다.

청계천 주변이었는데 사람들은 다 청계천 밑에서 산책 중인 건지 위에는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겨우겨우 멀쩡한 다리로 섰지만 도저히 자전거는 세울 수가 없어서 자전거를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지나가는 아주머니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으셨다.

"자전거 타다 넘어진 거예요?"

 

나는 그렇다고 했고 자전거를 세워주셨다.

그렇게 자전거를 목발 삼아 집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그때까지는 설마 골절 됐겠어?라고 생각했다.

팔과 다리와는 달리 몸 쪽에 골절된다는 것은 누구한테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있을 때마다 눈앞에 하얘지며 현기증이 몰려왔다.

다리가 아픈 것은 둘째치고 서있을 수가 없었다.

 

글로 적으니 굉장히 심해 보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골절을 당해본적이 많아서 그냥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다음 날 아침에 병원에 가기로 했다

 

근데 보통의 골절 통증과는 좀 달랐다.

아무리 아파도 진통제를 먹으면 곧 잘 참을 수 있었는데

통증이 줄어들긴 하는데 그래도 참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통증에 지쳐 겨우겨우 잠이 들고 아침에 자주 다니던 2차 병원에 가게 되었다.

MRI를 찍고 나서 의사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아무래도 고관절이 골절된 것 같다. 우리 병원에서도 수술할 수 있지만 이미 다른 수술 예약이 가득 차있어서 다른 병원을 가보셔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추천해 주신 병원이 서울대병원, 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이 세 곳을 추천해 주셨다.

 

몸에는 핏줄이 있는 뼈가 몇 군데 있는데 그중에 한 곳이 고관절이라 하시면서 핏줄이 끊어지게 되면 고관절이 괴사 될 수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괴사 확률이 늘어나니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다.

 

응급실은 당연히 응급인 사람들만 가는 곳인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나 보다.

 

다른 병원 응급실은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겨우 연결된 서울대병원 응급실

"고관절이 골절돼서 응급실에 가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전화받으신 직원분이 "지금 대기 중인 환자가 너무 많아서 오셔도 몇 시간을 대기해야 할지 모른다. 오셔서 대기를 하셔라"

 

그래도 유일하게 전화를 받은 병원이었기에 다른 곳은 더 바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갔다.

몇 시간을 대기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앉아 있는 자세가 불편할 때마다 고쳐 앉으며 아픈걸 꾹꾹 참고 있었다.

 

3~4시간쯤 지났을까.. 드디어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엑스레이와 MRI를 찍고 의사가 어떻게 다쳤는지 리포트를 적는듯했다.

다치게 된 과정을 설명하니 굉장히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다치지...? 생각했나 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보통 20~30대 나이에는 고관절 골절로 오시는 분들이 별로 없고 60대 이상 노인분들이 빙판에서 넘어져 자주 고관절 골절이 된다고 하였다.

 

나는 그 별로 없는 고관절 골절 환자였다.

 

다행히도 나는 서울대병원에서도 급한 환자였나 보다.

바로 다음 날 긴급수술을 잡아주셨다.

 

설명은 같았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고관절이 괴사 하여 인공관절로 평생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설명이었다.

그렇게 입원수속을 밟고 입원을 하고 다음날이 되었다.

 


고관절 골절 MRI 사진

 

고관절 골절에 대해서 아무도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오늘 한분이 들어오셔서 골절 MRI사진을 올린다.

고관절이 골절되고 나서 완치되기까지 정말 정말 힘들었기에 한분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공유하고 싶다.

 

왼쪽에 보이는 사진이 부러진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사진이 멀쩡한 고관절의 사진이다.

조만간 2편도 업로드하도록 하겠다.


 

(저는 인공관절을 사용하지 않았고 완치판정을 받았습니다. 일반적인 고관절 골절에 대해서 질문이 있으시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수술한 정형외과 김홍석 교수님 프로필(서울대학교 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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